작성일 : 18-01-02 02:55
산티아고로 가는 길 (천 양곡 권사)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50  

우리가 살아가는 길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듣고-

글 쓴 이: 천 양곡 권사(정신과 의사)

 

근본적으로 우리 마음은 알게 모르게 하루의 많은 시간 동안 방황하고 있다. 세상 속의 잡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산만해진 생각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을 하면 한 곳에 생각이 집중되어 마음과 몸과 뇌에 변화가 생긴다. 심리학자 골만이 6000여명의 대학생을 실험하여 얻은 결과다. 걷는 것도 일종의 명상이다.

 

우리 모두 걸어가야 할 길이 있다. 인생길이다. 기독교신자라면 한 번쯤 걸어 보았으면 하는 길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다. 600마일이 넘는 이 길은 기독교 이전에 이미 로마군대가 만들어 놓았고, 또 무역통로로 이용되었지만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이후부터 순례의 길로 알려졌다. 예수님의 제자 한 분으로 제일 먼저 예루살렘에서 순교를 당한 성 야고보의 유해를 그의 제자들이 천신만고 끝에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까지 모셔온 곳이란 전설 때문이다. 소설가 코엘로가 순례자를 쓴 이래 지금은 신자는 물론 보통사람들의 인생길로 더 알려져 있다.

 

여러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그 길을 걷는다. 자신의 죄를 회개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 또는 삶의 여정 중 역풍을 만나 자신의 감정을 자제 할 수 없어 걷는 방법 밖에 없어 걷는다. 그래서 그 길은 고행 길이며, 사색의 길이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길이다. 포스트 모던 시대에는 무생물이란 없다. 인간은 물론 기계, 자연환경까지도 생물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조건상 목사님의 맏따님이신 에스더는 이민 1,5세로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에 능통하고 누구나 부러워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다. 에스더는 금년 봄에 포르투갈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일부인 200마일을 걷고 가을에는 다시 프랑스 남쪽 국경도시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600마일, 800마일을 걸은 수퍼우먼 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교인들이 에스더를 초청하여 산티아고 길을 걸은 체험담을 들었다. 한 시간 이상의 이야기를 요약해 본다.

 

성 야고보를 뜻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탤라 까지 걷는 길은 4-5개 정도가 있다. 중세부터 카톨릭 교황청은 순례길의 중간 중간에 도시를 만들고 성당과 수도원을 지었다. 그리고 순례자가 걷다가 병이 나면 성당근처에 치료해 주는 곳도 준비했다. 지금의 병원이란 개념이 그 때 생겼다는 설도 있다. 에스더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걷는 프랑스 길을 하루 10시간 동안 어떤 때는 20마일 씩 40일에 걸쳐 걸었다. 걷고 난 후에 숙소에서 식사하고, 빨래하고, 잠자고 나면 다시 걸어야 하므로 하루도 지루한 생각이 않 났다. 배낭에 20파운드 물건을 넣고 시작했지만 걷다 보니 짐이 무거워 거의 버리고 5파운드로 만들어 걸었더니 편했다. 10마일 거리마다 도시의 상점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곳곳에 노란 화살표가 있어 그 방향으로 만 걸으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만약 잃어버렸다 해도 스마트폰 앱으로 가면 자신의 위치와 근처 호텔 정보들이 있어 안심해도 좋다. 비용은 비행기 값 1500, 하루 30 불씩 계산하면 숙식비가 된다고 했다.

 

첫번째 날은 피레내 산맥을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로 종아리가 아프고 발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하는 고생하는 날이다. 두번째 날은 내려가는 길이라 쉬울 것 같아 조금 늦게 출발했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고 발바닥에 물집이 불어터져 더 고통스러웠다. 더구나 길 위 사방에 동물들, 소 말 돼지 염소 양 닭 등의 배설물들이 널려 있어 어디에 앉을 수도 없어 걸으면서 먹으며 걸었다. 걸어도, 걸어도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왜 이곳에 왔을까 하와이에 갔으면 좋았을 걸 하면서 울면서 걸었다. 다행히 예약해 놓은 호텔 직원이 해가 져도 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마중까지 나왔으며 미국집까지 전화를 했다 한다. 너무나 친절했다. 그날은 너무 힘들어 저녁을 먹지도 않고 그냥 잤다. 3째날, 4째날, 5째날 모두 힘들었다. 보통 3일 걷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10일쯤 걸으면 물집도 굳어지고 고통도 한결 나아진다. 20일이 되면 자신이 생겨 무엇이든지 할 용기가 생긴다. 25일 후엔 너무 빨리 걷다가 오히려 부상을 입는 사람도 생기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거쳐 피니스테리 까지 걸었다.

 

그곳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거기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입고 온 옷을 불에 태워 바다에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새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그 후 기독교 신자들은 산티아고 해안에 있는 조개껍질을 지니고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 조개껍질은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의 상징이며 신이 어떻게 든 도와주어 산티아고까지 인도해 줄 것이란 의미가 담겼다. 천년 된 무덤 속에서 조개껍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서기 8세기경 어떤 사람이 은하수가 화살표처럼 비치는 곳에 성 야고보 유해가 무쳐 있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즉 milky way(은하수)라고 부른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산티아고 길로 가는 중간 부분 거리의 높은 장소에 철탑으로 지은 큰 십자가가 서 있는 곳이 있다. 각자의 기도의 제목이 들어있는 돌 하나씩 가지고 걷는 순례자들은 그 곳에 도착하면 십자가 밑에 돌을 놓고 간다. 기도가 드려졌다는 의미이다. 조개껍질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걸었던 에스더도 마음 속에 간직한 기도의 제목이 묻어 있는 가져온 돌 하나를 그 곳에 놓고 왔다. 맨 처음엔 언덕이었던 곳인데 이제 천 여년이 지난 그 곳은 돌이 모여 산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국의 성황당 비슷한 이야기인 것 같다.

 

산티아고 길은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지만 쓰레기 하나 볼 수 없고 어떤 곳은 집의 과일을 그냥 따 먹도록 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걷다 병이 나면 주변의 병원에서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에스더도 엘러지와 물집 때문에 2번이나 응급치료를 받았다. 걷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에 기독교인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무엇이 좋다 하면 유행을 잘 따르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다른 아시안 사람들은 없었고 눈에 띄는 아시안은 모두 한국사람들이었다. 길을 걷는 중에 뒤에서 한국말 소리가 들려 뒤로 돌아보니 라면을 먹고 싶은데 어쩌면 좋을까고 웅성대는 한국청년들이 따르고 있는 걸 알았다. 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지고 온 돈은 적은데 선뜩 돈 내고 사 먹기도 망설여지고 스페인언어를 몰라 쩔쩔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근처의 작은 식당 종업원에게 스페인어로 한국라면을 시켜주고, 슬쩍 먼저 나오면서 신라면 값을 지불해 주고 온 때도 있었다. 그 한국청년들은 돈이 없어 무료 숙식을 하기 위해 식사는 하루 한 끼로 때우고 쌀까지 넣은 짐을 지고 뛰다시피 빨리 걷는 한국 젊은이들이었다. 각자 따로 왔지만 모이다 보니 십여명까지 되었다. 며칠동안 그들과 친하게 지내며 걸었다. 한번은 추석날이었는데, 추석잔치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한국 해군에서 취사병으로 있었던 청년이 요리사가 되어, 한국에서 잘 알려진 부대 찌게 같이 이것저것 막 넣어 만든, (우리끼리 카미노 찌게라 이름 붙여) 추석 찌게를 만들어 먹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하루는 네세타라는 평평한 고원지대를 걸었다. 경치가 아주 좋은 곳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이 피고 구름 덮인 고원지대 였는데 마치 천국의 길처럼 걷는 황홀한 길이었다. 그런데 얼마쯤 지나니 골짜기로 내려가는 가는 길로 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날은 무더워지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파리떼는 달려들고, 걷기에 짜증이 나고 발도 아프고 너무 힘들었다. 또 한 참 가니 사방이 점점 어두워지고 나무들이 빽빽한 갈 길이 막막해 보이는 계곡이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다 보니 무서운 생각이 들고, 이러다가 여기서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고, 왜 내가 여기를 가고있나 하는 후회와 두려움도 생겼다.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 날이 어둡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너무 힘들어 처음 만나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작은 식당이었는데, 아직 식당은 열지 않았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식당 문을 막 열고 들어서자 종업원인 듯 한 남자가 나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반기면서 물컵에 물을 가져다 주면서 세상에 꽃이 오시네요!” 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인사하면서 자기 이름은 미가엘이라고 소개하였다. 또 문 옆에 섰던 다른 남자가 땀을 닦으라고 수건을 건네 주면서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내 이름은 가브리엘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고 인사를 하길래 내 이름은 에스더 입니다고 대답하자, 성경에 나오는 이름 이군요하면서 반가워하였다. 그 순간 갑자기 미가엘과 가브리엘 천사의 이름이 생각이나 마음에 평화와 기쁨 그리고 감사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내가 죽음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란 시편이 생각나면서 하나님은 나에게 미가엘과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주셨구나라 깨닫고 감사했다.

 

주위에 있는 어떤 도시에선 일년에 한 번씩 감옥에 있는 죄 수 중 모범수를 뽑아 산티아고로 가는 길로 보내는 전통이 있는데, 선택된 그 죄수는 그 순례의 길을 마치면 죄를 사면해 주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산티아고로 가는 코스를

마치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순례자는 도시마다 성당이 있는데, 그곳 마다 들려 패스포트에 도장을 받아야한다.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 곳이 십 여군데나 된다. 스탬프를 빠짐없이 받아 최종의 심사를 받아 산티아고 코스를 마쳤다는 증서를 받게 되는데, 그 증서는 죄 사함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받은 것과 같은 것이다. 도착한 후 에스더도 라틴어로 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는 증서를 받게 되어 흐뭇했다. 조개껍질과 패스포트 그리고 그 완주 증서는 산티아고 순례의 길의 기념품이 되었다.

 

에스더는 이렇게 고백한다. 산티아고 길을 다 완주하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다. 고난의 길을 걸었다 기 보다는 행복한 길을 걸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길을 끝내고 나니 무엇인가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서 미완성이 완성보다 더 행복하다. 더 가야 할 길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처음에 길을 떠날 때는 배낭에 물건을 20파운를 집어넣었었는데, 도중에 불필요한 것은 다 버리고 5파운만 남기고 쉽게 길을 다 걸을 수 있었는데, “왜 인생이란 순례길을 살면서 불필요한 많은 것을 가지고 살려고 할까? 그래봐야 순례의 길이 무겁기만 할 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에스더는 변호사로 상청입은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듣고, 현실은 그들을 만족하게 도와 줄 사회안전망도 부족하고, 자신의 능력과 힘은 한계가 있어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래서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 집에 돌아올 때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자신은 변했는데 현실은 변하지 않아 적응이 않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에스더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다. 좀 더 지나면 다른 사람이 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리라 믿는다.

길을 걷고 나니 자신이 강해짐을 느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살면서 가장 귀중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귀한 체험을 하고 새로 태어난 에스더의 앞날에 주님의 인도하심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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