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바뀌어지는 생각

생각이 바뀌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각이 바뀌어도 몸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처음으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우리는 민족성이 강합니다. 혈통을 중시하는 민족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중국 청년을 남편으로 선택하였고, 아들은 일본, 필리핀, 미국의 세 가지의 혈통을 가진 여인을 아내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자식이고 우리의 몸이 되었기에, 이제 더 이상 한국의 혈통만을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렇게 몸으로 겪는 삶들이 내 생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입니다. 지금껏 고수했던 생각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게 합니다. 앞으로는 혼혈인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은근히 말을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가서, 어떤 집요한 주장에 대하여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를, 내가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내 생각이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지, 내가 나답게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습니다.